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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 자격증 직장 병행 가능 여부 생각

가카리 2023. 3. 12.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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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 자격 직장 병행 가능 여부 생각

 

  예전부터 종종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이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직장에 다니면서 세무사 공부를 해볼까 하는데 가능할까?"

오늘은 사람들이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지, 정말 가능한지 가능하지 않은지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왜 세무사 공부를 하려고 하는 걸까?

 

이유는 다양하다.

 

  회사에서 하는 일은 점점 익숙해져서 이제는 회사 일하는 것이 그리 힘들지는 않지만 회사 밖에서 쓸 수 있는 기술도 아니고 미래가 점점 불안해져서.

아니면 회사 생활이 너무 싫지만 나와서 치킨집을 차리는 건 무섭기 때문에 전문직 자격증을 따고 퇴사하고 싶어서.

 

  변호사는 로스쿨 입시까지는 직장과 병행할 수 있지만 로스쿨 재학은 직장과 병행할 수 없는데, 졸업하고 변시 떨어지면 막막해지기 때문에 패스.

 

  회계사는 하도 시험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직장 병행하면서 합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나이가 많이 차서 합격하게 되면 소위 빅 폄이라고 불리는 삼일, 삼정, 안진, 한영 회계법인에는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에 패스.

 

세무사는..?

  합격 수기를 찾아보니 은근 직장 병행하면서 합격했다는 사람들이 나온다.

40이 넘어서 합격해도 수습처도 잘 구할 수 있고 개업하면 쌓아온 연륜과 인맥과 사회경험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어릴 때 합격한 사람보다 더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합격만 할 수 있다면 나이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 이런 과정을 통해 세무사 공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물론 틀린 생각은 아니다.

직장을 병행하면서 합격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수습처도 잘 구해지고 나이가 있는 상태에서 개업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도 있는 것도 맞다.

 

  문제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세무사 공부를 병행하게 되면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로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전업 수험생의 수험 생활 코스

 

세무사 1차 시험은 매년 4월에 치러진다.

  1차 시험 준비를 1년 전부터 시작한다고 치고 1년간 하루 10시간, 주 6일 공부를 한다고 가정하자.

일반적인 케이스를 얘기하는 것이다.

1년이 52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1차 시험에 소요되는 총 공부시간은 10시간 * 6일 * 52주 = 3120시간이다.

 

  한 번에 1차 시험에 합격하고 2차 시험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동차 합격(1차 시험에 합격한 연도의 2차 시험에 합격하는 것)을 하는 케이스보다 유예 합격(다음 연도 2차 시험에 합격하는 것)의 경우가 더 많으므로 유예 합격으로 가정해 본다.

 

  4월에 1차 시험이 끝나고 5월 초부터 바로 2차 시험을 준비한다고 하면

5월 ~ 다음 연도 8월까지 2차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

똑같이 하루 10시간 주 6일 공부 스케줄로 이어간다고 생각해 보자.

 

2차 시험에 소요되는 총 공부시간은 10시간 * 6일 * 86.6주 = 5200시간이다.

 

아름다운 코스로 합격하는 케이스로 따져봐도 1차, 2차 모두 합격하는데 필요한 공부시간은 8320시간이다.

 

  직장에 다니면서 같은 공부량을 채우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칼퇴를 하는 직장에 다니는 A 씨.

6시에 퇴근하고 30분 걸려서 퇴근하고 저녁을 먹으니 7시가 되었다.

7시부터 12시까지 5시간 공부를 할 수 있다.

 

  그렇게 평일에는 5시간, 토요일에는 10시간 공부를 하고 일요일에는 하루 쉬어준다.

회사 생활만 하는 것도 힘든데 평일과 토요일에 쉬지 못하고 공부를 했기 때문에 일요일에도 쉬어주지 않으면 다음 주 회사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이렇게 공부를 하면 일주일 공부시간은 35시간이다.

 

  주 35시간씩 공부해서 8320시간을 채우려면 238주의 시간이 필요하다.

238주는 4년 7개월이다. 심지어 이건 최소 시간이다.

 

  즉, 4년 7개월 동안 평일에는 퇴근하고 저녁 먹고 자기 전까지 계속 공부

주말에는 토요일은 10시간 공부, 일요일은 휴식

다른 것은 할 수 없다. 다른 것을 할수록 수험 기간은 길어진다.

이런 생활을 해야 한다.

 

대학생 때 전업으로 2년 3년 공부하는 것도 쉬운 건 아니다.

그런데 직장 생활 병행으로 4년 5년 공부하는 것은 학생 전업 공부보다 최소 2배 이상 어렵다.

 

  직장 생활과 병행으로 공부를 시작해 볼까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나이가 30대 초반 ~ 중반일 가능성이 높다.

이 나이에는 보통 연애를 하면서 결혼 준비를 하거나, 이미 결혼을 했거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이 많다.

 

  수험생이 되어 주 1회 얼굴만 겨우 볼 수 있는 사람과 4년 7개월 연애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

결혼을 했더니 배우자가 공부를 한다고 평일에는 방에 들어가 얼굴도 못 보고

주말에 어디 놀러도 못 가고 집에서 혼자 놀아야 하는 걸 참을 수 있는 배우자가 있을까?

어린아이가 있는데 공부한다고 육아에 참여하지 않는 배우자를 참아줄 수 있는 사람이 흔할까?

 

결혼 생각도 없고 아이 생각도 없다면 상관없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꼭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하는 문제다.

 

  일상의 행복을 포기하고 이런 시련을 나서서 겪는다는 것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일 것이다.

학생 때 전업으로 공부하는 것은 아주 적극 권장한다.

어차피 학생은 공부하는 것이 일이고, 그 시간에 공부 안 해봤자 다른 대단한 걸 하지도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기회비용이 작다.

 

  직장 병행 공부는 반대로 기회비용이 매우 크다. 이 공부를 시작해서 그 사람의 인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합격하면 좋겠지만, 떨어지게 되면 대학생 때 떨어지는 것보다 타격이 훨씬 크다.

 

  결론적으로 나는 직장 병행 세무사 공부를 추천하지 않는다.

그 사람 인생이 어찌 되든 상관없는 사람이 나에게 직장 병행 세무사 공부를 해볼까요? 물어보면 해보고 싶으면 해보세요~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실제로 그렇게 말한 적은 없다.)

지인이나 가족이 그런 질문을 하면 나는 진지하게 말리는 편이다.

 

  자격증을 취득해서 새로운 인생을 찾느니 부동산 투자나 부업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을 키워나가는 식으로 찾아보는 것이 더 좋아 보인다고 권해준다.

 

그럼에도 하고 싶다면 공부를 하면서 포기하게 되는 것들을 명확히 숙지하고 공부를 시작하기를 바란다.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

 

출처 : 블라인드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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